지하철 난투극 - 나이가 권력인 사회

                                                                                    <사진출처 scx 이미지>


(우선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쓴 것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지하철 난투극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아마 그 동영상을 보고
어느정도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에그, 젊은것이 어디 노인을 공경할 줄 모르고 대들어 대들기는!"
젊은이들은 "할머니가 노망이 들었나, 사람 많은데서 저게 뭐하는거야.." 라는 반응이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인터넷에 지하철 난투극을 검색해 보니 그 자리에서 목격했다는 한 20대의 글이 화제였는데
뭐, 원래 그런 할머니였으며 당한 사람이 꽤 있다는 내용이었다. 동조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친할머니께서 비슷한 성격이시기 땜에
그 머리 끄댕이 잡힌 젊은 여자가 잘못 걸렸구나...싶었다. 운이 없었던거지...

분명 중국에서 유교가 전파되었을 텐데 한국은 유난히 동방예의지국으로서의 예를 강조하는 나라이다.
나이 한두살로 서열이 갈리고, 밥 몇공기 더 먹었냐에 따라 인생을 논할 수 있는
나이가 곧 권력이 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물론 중국 역시 버스에서 노인께 자리를 양보하는 훈훈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하나,
위 아래 10년쯤은 친구로 묶어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은 나이 한 살 이라도 많으면 친구는 무슨, 빠른 몇년생까지 동원해서 어떻게든 어른 대접을 받으려 하지 않는가!
나보다 연상인 분들께 인생의 선배로써 연륜과 노련함은 분명 배워야 할 부분이지만
나이만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한국의 이상한 공경문화는 솔직히 반대하고 싶은 부분이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리 할머니 얘기를 좀 해 보자면,
보통 유치원에서 배우는 할머니의 이미지는 인자함이었는데,
울 할머니는 그림책 속에 자애롭게 웃고 계신 할머니와 좀 다르다는걸 느끼면서
아...세상에는 다양한 할머니들이 있구나...라는걸 깨달았던거 같다.
대부분의 연배 있으신 분들께서 아들 제일주의를 외치듯, 울 할머니께서도 집안에 하나뿐인 손자만 아끼시는데
뭐, 할머니 말씀대로 '달리지않은것들'만 있는 우리집에 오시면 문 앞에서부터 호통이 시작되신다. 가령
"할머니, 안녕하세요? " 하고 인사를 하면, 빤히 쳐다 보시다가
"그럼, 안녕 안했으면 좋겠냐? 할머니 오셨어요~먼길 오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어요~해야지,
하여간 쓸떼없는 기집애들이란...쯧쯧..."
그 다음에 "할머니 오셨어요~" 하면, 또 빤히 쳐다 보시다가
"그래. 왔다. 안왔으면 좋겠냐? 기집애가 옷은 또 그게 뭐냐, 고쟁이 입어 고쟁이!" 뭐이런식...ㅡ.ㅡ;;

어렸을땐 이런 할머니가 너무 원망스러웠는데, 어른들 말씀을 들어보니 뭐 이 정도는 약과인듯..
작은아버지께서 어렸을 때, 흰 운동화가 너무 가지고 싶어서 용돈을 몇년을 모아 운동화를 샀는데,
사 온 그 날, 할머니께서 갈기갈기 찢어서 얼굴에 던지면서
"니 놈이 운동화 빨아 신을래?! 말을 하면 콧구녕으로 들어 쳐 먹나, 안된다면 좀 안되는줄 알어!" 하셨단다.
울 엄마도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서 할머니하고 의견 충돌이 좀 있었는데
엄마가 김장 담으려고 절여놓은 수십포기 배추를 할머니께서 전부 흙바닥에 내동댕이 치면서 욕하는걸 보고
아...이 집안이랑 오래살면 안되겠구나 느꼈단다. 뭐 울 엄마는 다행히 하나님을 만나 우릴 버리지 않으셨다 ㅋㅋㅋ

쓰다 보니 결론이 없네.
대한민국은 암튼 나이가 권력이 되는 사회임에는 틀림 없는 듯..
개인적으로는 "나이값" 이라는 말도 있듯이 모든 사람들이 나이만큼 인격도 함께 성숙했음 한다.

울 할머니 무서워...손녀들 앞에서 막 눈깔을 뽑아 죽일년이라고 욕하셔...T-T
여든이 넘으셨는데 시력이 나보다 더 좋으셔...T-T
이번 설에 한국가면 난 또 할머니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받을거 같애....T-T

by 환몽 | 2010/10/06 11:18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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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데미 at 2010/10/06 11:24
와;; 할머니 쎄시네요; 근데 환몽님이 순하고 착하신거 같음요;; 저라면 (제가 좀 만이 냉정한 타입이라;;)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듯;;
Commented by 환몽 at 2011/01/20 11:44
저 순하지 않아요 ^^;;;
Commented at 2010/10/06 11: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환몽 at 2011/01/20 11:45
저도 자상한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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